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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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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30. 14:04 leejiseon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살아가고 있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쌀쌀해지기 시작했고,
뭔가를 씹는다는 게 힘이 부칠 것 같아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쑤면 안 되는' 일의 시작을 죽으로 하는 건 아니다 싶었지만, 선배는 "그럼 죽 먹자, 가자."고 이끌었다.


샛노오란 음식이
동그랗게, 한가득.
그래서 좀 웃겼던 것 같다.
하지만 참 부드럽고, 따뜻했다.

감기인지 생앓이인지 모르는 뭔가가
빈 집을, 황폐해져버릴 때까지 긁고 지나간 후였다.
아무 것도 바라거나 믿지 않던, 찬바람이 불던 계절에, 자기도 처음 보는 그 곱고 노란 죽 한 사발을 마주했던 둘은
이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끌어주는 이가 있어서
사랑이라는 훈풍이 불어오기도 했던 것 같다.
돌봐줌이라는 것도
늘 받기만 해서
그 쪽의 어려움은 몰랐고, 보이지 않았고,
힘든 건 나만인 줄,
소중한 건 오직 나뿐인 줄 아는
나는 참 이기적이거나, 무식해서 무서운 사람이었다.



지나간 사람이지만, 이미 끝난 이야기지만
가끔가다 한 번은 이렇게
나에게 죽을 먹여주는
도란도란한
차분한 한 때가 있다.
따뜻했던 그 분 마음이 떠올라서
혹은 내가 받았던 그 동그란 위로가
이만큼의 따뜻함만큼 떠올라서
못됐지만 조금 행복해져버린다.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는 기분
고개 숙여 죽을 뜨고 있으면
부드러움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느낌이 들어
한없이 얌전해지고 싶어진다.




사랑이 잘 어울렸던 사람.
아름다운 사람.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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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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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20. 20:31 leeji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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