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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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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jiseon'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20.07.09 두 사람이 하는 것.
  2. 2020.07.01 0701
  3. 2020.07.01 부릉
  4. 2020.06.28 기다려줄 수 있는지
  5. 2020.06.25 좋아하는 사람
  6. 2020.06.06 훈풍
  7. 2020.06.04 영원할 것 같은 밤, 함께 비틀거리는 사람들.
  8. 2020.06.03 0.
  9. 2019.11.25 이유없는 작은 친절
  10. 2018.06.02 그림자를 사랑하는 에세이.
2020. 7. 9. 00:28 leejiseon

매일같이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옛 연인 누군가와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하루종일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을 기꺼이 변화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니, 그 연인에 대해 더 듣지 않아도 그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어.

 

 

어떤 사랑은 그래. 감지되는 즉시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 그쪽에 맞추려 하지. 나의 취향, 나의 일상, 나의 호불호, 나의 입맛, 내가 좋아하는 습도와 향기, 음악 취향, 옷장, 모든 게 후순위로 밀려나 - 아니, 내가 밀어내고 감춰두지. 그리고 하염없는 눈빛을 보내,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 주세요. 너에게 가고 싶어.

 

그런데 

나를 무화시키고 건너가려 버둥치는 사랑이 아니라

나는 여기에서 맑은 향기를 피우고 기꺼이 내 쪽으로 건너오게 만드는 사랑/사람이라니.

 

그게 갈증이 아니라 기쁨이라니.

그런 사랑은 언제고 마음속에서 맑은 향을 피우겠지.

 

 

 

어떤 사랑은 나의 세계를 바꿔주었어.

세상이 검정이라 믿던 나에게

야이야 넌 아이보리가 어울려!라고 쥐어박아주며

내 세계에 빛을 주었지.

 

 

그걸 기억할 수 있다는 건

그래

내게도 언제나 따뜻한 

온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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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 15:31 leejiseon


걸으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시간차를 두고 여전히 그렇다.

얼굴을 완전히 일그러뜨린 채 울고 싶었다.
어린 조카라면 고개를 들었을 거야. 아기들의 울음은 소리를 어디로 보내는 것 같다, 구조신호, 들릴 것을 가정하고 바라고 기대하고
원하며.

소리내지 않는 울음이 싫다.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들릴까봐 긴장하며, 결국은 들리지 않을 것을 믿는다. 그런데도 소리를 내질 못해. 아침이 와도 떠나지 못하는 낙타처럼.

부질없는 것에 시간도 감정도 울음도 쏟지 않는,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외롭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외롭게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


오랜만에 무릎이 꺾였다.
울음을 잘 그치는 내가 싫다.


아니 나는 싫어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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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 12:32 leejiseon

 

누군가를 태워줄 수 있다는 건

운전의 참 좋은 점인 것 같아.

 

비를 안 맞게 해주고,

어두운 달, 무거운 발을 홀로 감당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것.

 

운전이 참 좋다고 느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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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8. 22:27 leejiseon


많이 더디지만
가기 시작했으니까,

느리고
주춤거리지만

많이 느리다는 것과
많이 많이 주춤거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름으로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이니까,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내 발로 부단히 걸어가볼게, 생각했으니까,



기다려줄 수 있는지.


너에게도 기쁜 일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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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5. 00:54 leejiseon

좋아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단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것과 피아노를 좋아하는 건 다르듯이,

전자의 응답이 없다는 게 곧 후자를 기각해야할 사유가 되진 못하므로.

하지만 우린 점점 그걸 헷갈리며 살지.

그러다 아무 음도 남아있지 않은 우주,

거기서 거울을 봤어.

 

그냥, 불쑥 드는 감정이며, 저절로 되는 거라 생각하곤 하지만

계속 좋아하기 위해선

사실 노력이 들어.

바라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 확인의 순간순간마다 부스러질 테니까, 목이 뜨거워질 테니까.

호되게 서글퍼져버린 날, 휙 돌아서고 몹시 악을 쓰지만

다시 풀냄새가 나고 동공이 가늘어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한다'

말이 가진 그림자.

이 진동을 무시하려는 때에 넌

할 수 없는 말들이 더  늘어나.

바라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체념의 추를 입술 끝에 매달고.

 

돌려받지 못해도, (사실 준 적도 없다, 마음은 내 안에 생긴 것이므로)

응답이 없어도,

좋아'진'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좋아'하는' 건 이미 선택이야. 좋아'하지 않기로' 하는 건, 바라지 않겠다고 하는 건, 새로운 안정을 찾기 전까진 아직 해결되지 않은 화성같은 것.

 

그런데 말야,

네가, 

늘,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그런 용감함을 가질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

목적어 자리는 될 순 없어도

 

무연이란 글자를 되짚으며 바람에 에이지도 말고,

여기를 초월해 다른 곳에 있지도 말고.

 

좋아하는 사람,

마음의 멍은

이미 생겼으니까, 

 

그 멍,

좋아하는 마음을 체념시키면 서운해질테니까. 이름이 사라질 테니까. 이름이 사라진 아이의 몸은 그럼에도 남아있을 테니까. 입술과 눈을 잃고 헤매다가 부딪혀 또 멍이 생길 테니까.

 

좋아해.

사실 많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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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6. 10:39 leejiseon

마음에 훈풍이 불 때.

 

봄의 바람, 가볍지 않은 공기, 온도와 부피감이 담긴 바람, 머물기 때문일까, 어디서 불어온 걸까, 밖으로부터 뚫린 구멍은 없는데. 안에서 탄생하는 바람도 있는 걸까. 

 

순간 팽창하여 내압을 꽉 올린다. 끝끝내 떠밀려져 따뜻한 입김으로 뱉어질 것만 같다. 명치 안이 공간이 수도 있구나. 작은 진동에 집중하면 시야가 떨리는 , 아지랑이를 닮았다.

 

바람이 불어야 어디로든 있다. 풍선이 둥둥 떠다니듯. 바람을 머금은 몸은 어디든 가려하고 가고 싶어 한다. 안착하려하지 않는다. 

 

 

세상이 네모라는 믿어, 라고 얘기하다가

아직 네모라는 계속 믿고 싶다고 얘기하다가,

믿고 싶은 마음을 갖고 싶어, 라고 얘기했다.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싶은 ,

마음에 바람을 갖고 있고 싶다는 같다. 

 

 

 

불안정한 발동동거림을.

경쾌한 뜀뛰기,

천근만근 무겁지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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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4. 13:14 leejiseon

 

어제 가로등은 참 예뻤어. 그 시간, 그곳의, 그만한 공간감.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순간이기 때문에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들어주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불안하지 않은 것도 상태가 아니라 순간이라서, 그런 '순간'을 자주 만들어주면, 되는 걸까.

놀랍게도, 지금 불안하지 않은 걸 보면.

 

밤의 사람들, 영원할 것 같은 지금을 만지는 사람들.

심장에 뻐금 맺힌 말을 바삐 쏟아내는 취한 사람들.

 

불규칙적한 질서의, 평온한 박동.

다 흐트러트리고 아름답게 유연하게 흐르는 리듬.

취하고 싶은 밤엔 취할 수 있었으면. 늘 언제나 거기에 사람들은 있었으면. 떠나가지 않고. 

우리라고 부를 수 있었으면.

 

 

 

어떤 내가 되려고, 되게 애를 써온 느낌이다. 이래야 한다, 이래야 한다, 라는 명제들을 붙여놓고.

1. 지쳤다.

2. 내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너무 조금 한 것 같다.

2-1. '지금의 나'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뭔가 말이 풀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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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3. 12:40 leejiseon

그냥 지금부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하면 지금부터, 뭔가 되니까 지금부터.

 

블로그는 원래 그냥 자기 생각을 쓰는 곳이었고, 그것의 쓰임, 심지어 상업성 같은 건 아무 고려도 없는 곳이었다. 누가 많이 읽어주느냐는, 글쎄, 싸이월드 때부터 있던 거니까 원래 있던 속성이라고 할까? 나도 누가 내 글에 와서 스티커를 붙여주길, 그게 내가 바라는 그 사람이길, 이러면서 수동 공격과 수동 구조요청을 참 많이도 했다. 

뭐라도 글을 쓰고 싶다, 직업의 세계가 시작된 후의 '글쓰기'는 잘 해야 하는 것이고 잘하는 사람만 해야 하는 것이며, 잘하는 사람이 엄연히 있고 잘하기 위한 공부와 시간과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지금의 나는 생각을 말하지 못해 목말라 죽어가는 것 같다.

죽지 않기 위해 글쓰기가 사용될 수 있다면, 목적없는 취미의 글쓰기로,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내가 되기 위해 써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연결되고 싶고 일상을 나누고 싶지만 인스타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그 수많은 '전시'들 속에 내가 들어가기 힘들다. 

보이기 위해 쓰는 글과, 보는 사람을 개의치 않고 쓰는 글 사이에서, 나는 대범하게 후자를 선택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물론 플랫폼들은 전자를 목적으로 한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걸 쉬워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사람마다 어떤 취약성들이 있고 그건 성격 탓이 아니라 어쩌면 좀 더 오래된 기질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건 수긍이나 순응일지, 받아들임일지,

더 살면 알게 될까, 더 잃지 않고자 노력해야 할까, 

성장 또는 노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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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 25. 23:19 leejiseon

오늘 좋지 않은 하루를 보냈어. 해가 져도 호흡이 가라앉더라. 가상의 누군가에게 맘속으로 툴툴댔어. 분이 안 풀리고 자꾸 화가 났어.

이렇게 안 좋은 일들만 있었나 조금 머쓱하던 찰나 문득, 오늘 누가 나한테 이유없이 이 작고 흔한 초코렛을 줬거든. 그게 떠올랐어.

 

안 좋았던 일들 있던 건 팩트인데, 이걸 받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팩트라서,

내일까지 계속될,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이 안 되던 오늘 하루가, 나쁘기’만’ 한 날은 아니었더라.

어디까지 파고 들어갈 지 암담했던 생각을 애써 늦추며.

오늘을 겪는동안 지나갔던, 맑았던 순간들을 찾아냈어. 

그런데 그걸 만들어준 건 참 약하고 작은 사람들이더라.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한 여자의 죽음은, 분명 사회의 모든 여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그래서 호흡이 가라앉지 못했던 거야.

하지만 되뇌었다? 우린 절대 죽지 않을 거다. 죽지 않을 거다.

 

이제 좀 화가 그만 나고, 마음이 단단하게 안정되는 것 같았어.

 

친절은 참 강하구나,

진짜 강하고 아름다운 건 그런 거구나.

1. 친절해야지. 2. 차별적으로 친절해야지. 3. 손해보지도 뺏기지도 말아야지. 단, 3번보다 1번이 먼저여야지.

그런 생각을 했어.

 

오늘 내가 받은 하찮고 이유없는 작은 친절을 누구한테 주고 싶어서 보내.

행운의 편지처럼.

 

같이 오래오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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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 18:09 leejiseon

그림자극. 무성영화. 픽토그램. 졸라맨. 

낯설지만 익숙한 인간모습이지만 단순한. 친밀한. 단순한 의사소통. 반가움. 기호를 알아낼 있는 재미. 은유. 


그림자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이유는 뭘까. 닮은 타자. 가장 오래 익숙해온 타자. 복잡한 정밀묘사는 내려놓았다는 과감함. 거울 속은 때로 너무 정확해서 피로하다. 그림자는 굳이 치밀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단순해버리는 친절함을 발휘한다. 그리고 조용하다. 구구절절 덧붙이지 않고 색채조차 관심 밖이다. 오로지 형태와 농도만으로 태도를 표하지만, 그마저도 이 세상의 관점을 따르지 않는다. 쓸데없이 애를 많이 쓰는 인간들이 언어도단이란 무력감에 무릎이 꺾일 때에도, 슥슥 한붓그리기 만으로 만물을 담아낸다. 관대한 그는 우리의 무심함과 무지를 구태여 꼬집어 책망하지도 않는다. 자랑조차 없다. 


시선도 없고 서술도 없지만 시가 그렇듯 음악이 그러하듯, 일상의 언어보다 함의를 발산한다. 모든 예술은, 언어와 실재의 명징한 속박을 참기 힘들다는 답답함과, 제아무리 두꺼운 사전일지언정 구차해지고야마는 하찮은 글자들의 한계에 대한 안달에서 파종을 시작한. 아니, 그조차 언어와 실재를 1세계로 두는 서툰 착각이다. 예술을 모국어로 삼은 이방인의 수사법은, 표현이 깜짝 놀랍도록 유려하고 경계를 가뿐히 뛰어넘을만큼 유창한 탓에 한낱 언어 세계의 국민인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나는, 기꺼이 굴복할지어다. 


모든 언어는, 들으나마나 한 말이라든가 지극히 뻔하고 자주 반복되는 것은 생략하는 관습이 있다. 무엇을 어떻게 생략할지는 그 세계의 까다로운 심미관의 뜻을 따른다. 성급한 외국어 학습자가 익히 알던 것들을 1:1로 치환하는 것에만 노력을 들인다면, 아무리 애원한다한들 우리는 외국어로 꿈을 꿀 수도, 구애를 펼칠수도, 권태를 누릴 수도 없다.


 이미 지겹도록 익숙하게 시선이 머무는 곳이 아닌 사람의 다른 . 안다고 생각했지만 헤아릴 생각조차 해본 없던 사물의 일면에서 그림자는 형체를 집어삼킨다. 쉿. 궁극의 유혹이 그러하듯, 감동의 절정이 그러하듯, '...굳이 말하지 않아도…’ 품위있는 손가락 하나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이미 약속의 세계는 시작되었다. 유한한 언어의 세계에 자만하던 우리는 훅, 숨이 멎은 듯, 말을 잃게 된다.


  하늘 끝까지도 편으로 삼을 그림자의 옷자락이 길어진다, 거대함 속에 요란하고 흠이 많은 몸을 숨긴 나는 급작스레 찾아든 평화에 안도하고 기꺼이 새로운 질서의 도래를 환영한다. 소리까지 삼켜버린 차분함에 키가 커진 나는 고요함과 관용의 질서가 좀 더 오래, 오래 지속되길 소망한다.




@음악극 <몽유병자들>
프랑스 극단 Les ombres portées (레좀브레뽀르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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